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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미래

 아주 길고 긴 꿈을 꾼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 있던 세계는 여러가지의 세계를 이어붙인 조각보같은 세계였다. 빛은 있었지만 색깔은 없었고 그곳에서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며 잃어버린 내 기억을 찾으며 다양한 생물들을 만났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눈을 떠보니 익숙한 곳이었다. 내가 살던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위화 위화감이 느껴졌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 후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갈색빛 털이 덮인, 아인족이라는 증거를 남긴 귀와 그러한 귀와 똑같은 색을 가진 짧은 머리카락이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뒤로 하고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의 밖으로 나왔다.

 

*

 

 밖으로 나와 마을을 한참 둘러본 후 나는 무언가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이 기억하는 세계와 이 곳은 무언가가 달랐다. 제일 먼저 이정도로 마을에 활기가 없을리가 없었다. 특히 이곳은 대모님을 모시고 사는 마을이었기에 다른 마을보다 활기차다는 것정도는 어릴 적부터 살아온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로 마을은 무언가의 공격을 받았는지 제대로 남아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여기에 누군가가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을 뿐, 얼마나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인지 스산하다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폐허로 변해있었다. 마지막으로 대모님이 항상 계시던 자리에는 대모님이 없었다. 대모님이 계셨던 곳은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먼지만이 흩날릴뿐이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때, 보주를 떠올리고 보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보주가 있던 곳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스프라우트, 네가 이곳에 있어서 다행이구나. 이곳을 떠나 보주를 찾거라. 그것이 너의 임무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대모님이 내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말에 되물었다.

 

 “대모님이신가요? 보주를 찾는 것이 제 임무라면 보옥을 찾겠습니다. 그러나 대모님께서 모습을 보이시지 않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두렵습니다. 대모님은 이 마을을 지키시는 분,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내 말을 듣고 목소리의 주인은 대답했다.

 

 “이곳에는 더 이상 네가 아는 대모는 없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기적에 가까운 일. 스프라우트, 네 스스로는 기억을 하지 못하겠지만 너는 죽음을 한 번 넘어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네가 이계로 넘어간.....후의 세계, 부디 마을을.......다시 되돌릴 수 있......게....”

 

 그 후 대모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모님이 내게 했던 말중에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 있었지만 그런 말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모님께서 나에게 보주를 찾으라고 명령하신 것이었다. 보주를 찾을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내가 찾아야한다. 그러나 잠시 의문이 들었다. 나말고 보주를 찾으러 아인언니가 갔을 터였다. 그리고 보주를 찾으러 간 아인언니를 나는 쫓아갔고 그 이후를 기억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내가 이 다음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방해를 하려는 듯 깨질 듯 아팠고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장소였다. 지금 있는 이 곳은 기억 속에는 없는 장소였지만 몸으로는 이 장소를 잊지말라고 그렇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주위는 살던 마을과 같이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누군가가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 서있던 사람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그 사람이 익숙한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분명 내가 기억하는 이었다. 보랏빛 긴 머리, 파랑색 눈을 가지고 나와 함께 있었던 아인언니였다. 아인 언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아인언니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아인 언니는 기억 속에 있던 아인언니보단 내가 기억하고 있는 대모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아인 언니를 향해 말했다.

 

  “아인언니, 그 힘은 대모님의....”

 

 내 말을 들은 아인언니는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내 앞을 지나 모습이 사라졌고 나는 보주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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